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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의 MLB현장] 류현진 ‘그림자’ 마틴 김이 본 박찬호&수지
기사입력 2014-06-05 09:14 |최종수정 2014-06-05 09:25
올시즌 류현진의 통역과 마케팅 업무를 50 대 50으로 맡고 있다는 마틴 김. 홈 경기 때만 류현진의 통역을 맡고 있지만, 류현진과 관련된 일에는 가장 앞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류현진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그이다.(사진=이영미)
메이저리그 취재를 위해 지난 5월 초부터 미국 달라스를 시작으로 휴스턴-뉴욕-필라델피아-노포크-더램-미네소타-LA로 이어진 여정 중에서 마지막 인터뷰 대상자는 LA 다저스 국제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마틴 김이었다. 류현진의 통역을 겸하면서 지난해부터 한국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그는 올시즌 작년과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류현진을 돕고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류현진과 함께 162경기를 함께 하며 류현진의 ‘그림자’ 노릇을 자처했다면 메이저리그 생활에 완벽히 적응한 류현진을 위해 올해는 원정 경기에 동행하지 않고 홈에서만 류현진을 지원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한국으로 귀국 직전 다저스타디움에서 마틴 김을 만나 ‘한국 관광의 날’ 행사 때 벌어진 박찬호 시구 뒷얘기부터 가수 수지를 만난 다저스 선수들 반응과 류현진이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벌인 7이닝 퍼펙트 행진에 대한 소회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다르빗슈의 노히트 무산과 류현진의 퍼펙트 무산
“신시내티 등판을 앞둔 일주일 전쯤에 현진이랑 클럽하우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를 벌일 당시 다르빗슈가 마운드에 올랐다가 9회 2사 이후에 안타를 맞으며 노히트노런이 무산되는 경기 비디오를 함께 지켜봤었다. 이미 지난 경기였지만, 현진이가 관심을 갖고 일부러 찾아본 경기였는데, 그 경기를 본 현진이는 ‘와, 다르빗슈가 진짜 힘들겠다. 제대로 맞은 안타도 아니고 빗맞은 안타인데’라며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내가 ‘현진아, 너도 노히트노런에 대해 욕심이 있니?’라고 물으니까 현진이는 ‘형, 난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퍼펙트한다는 마음으로 올라가. 그게 대부분 1,2회에 끝나지만’이라고 말하고선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신시내티 레즈전이 펼쳐졌고 거기서 그림 같은 장면들이 펼쳐진 것이다.”
마틴 김은 류현진이 5월 27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마운드에서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7회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친 상황들을 정확히 복기해냈다. 둘이서 같이 다르빗슈 유의 경기를 보고 했던 말들이 있었기 때문에 마틴 김으로선 7회까지 퍼펙트로 이닝을 마무리 짓고 내려오는 류현진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는 것.
“당시 바로 직전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조시 베켓이 내 옆에 있었다. 조시 베켓은 나에게 ‘와, 현진이 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면 우리 팀 정말 대박이겠네’라고 하더라. 매팅리 감독은 조시 베켓이 노히트노런을 올릴 때 했던 행동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야구공을 튀기는 행동을. 매팅리 감독은 여느 경기에선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하기에 야구공을 튕겼던 필라델피아전에서 조시 베켓이 대기록을 달성했기에 류현진 경기에서도 7회부터는 야구공을 튕기며 좋은 기운이 이어지길 바랐던 것 같다. 현진이가 7회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걸어오는 순간, 경기장은 마치 포스트시즌 때의 축제 분위기마냥 엄청난 박수와 함성이 울려 퍼졌다. 나로선 가슴이 벌렁 벌렁거리는 순간이었다. 현진이의 집중력을 방해할까봐 일부러 현진이 옆에 가지 않았다.”
8회 레즈의 선두타자인 토드 프레이저한테 안타를 맞으며 퍼펙트게임은 사라지고 말았다. 아슬아슬하게 다저스의 승리를 지키며 경기가 마무리된 후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류현진이 마틴 김에게 이런 얘길 전했다고 한다. “형, 퍼펙트게임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아. 그리고 너무 일찍 달성해 버리면 재미가 없잖아. 야구 더 열심히 하라고 오늘은 이 정도로만 맛보기를 하게 했나봐.”
마틴 김은 신시내티 레즈전이 류현진을 메이저리그에서 한 단계 더 성장시킨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었다. 대기록을 놓친 아픔보다 대기록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류현진이 느꼈을 다양한 경험과 감정들이 향후 그의 야구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관광의 날'에 시구자로 초청된 마틴 김의 우상 박찬호. 마틴 김은 박찬호를 가깝게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사진=마틴 김 페이스북)
우상, 박찬호를 시구자로 초청한 날
지난 5월 28일은 LA 다저스에서 ‘코리아 데이’로 정한 날이었고, 그 날을 기념해 ‘한국 관광의 날’ 행사가 치러졌다. 시구자로는 일찌감치 박찬호가 선정되었고, 애국가는 씨엔블루의 정용화, 미국 국가는 알리가 맡았다.“지난 해 ‘한국 관광의 날’에는 추신수 선수 덕분에 행사가 더욱 빛이 났었다. 신시내티 레즈와 LA 다저스 경기가 있는 날을 ‘코리아 데이’로 잡은 것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고, 엄청난 화제를 모았었다. 그래서 올해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부담이 컸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작년보다 더 좋은 이벤트를 만들어낼 자신이 없었다. 그때 떠오른 분이 박찬호 선배님이셨다. 다저스의 코리안 특급으로 인기를 모은 분이라 이번 행사에 적합한 안성맞춤의 시구자였다. 그래서 박찬호 선배님의 연락처를 수소문했고, 지속적으로 연락을 드리며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류현진의 바블헤드 인형이 나오는 5월 28일이 ‘한국 관광의 날’로 정해졌는데 문제는 류현진이 어깨 부상으로 15일짜리 부상자명단에 오르는 바람에 복귀 일정이 불투명해졌고, 한국 관련 이벤트도 스케줄이 꼬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는 정말 눈앞이 아득해졌다. 5월 28일 행사는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바꿀 수 없는 날짜였고, 현진이가 복귀 등판을 언제 하느냐에 따라 행사가 반쪽 짜리로 끝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다행이도 매팅리 감독이 현진이를 뉴욕 메츠전을 복귀 등판으로 정하셨고, 5월 27일 신시내티 레즈전을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으로 공지하는 바람에 다음날 열린 ‘한국 관광의 날’ 행사가 더욱 성황리에 펼쳐질 수 있었다.”
마틴 김은 ‘한국 관광의 날 행사’가 LA 지역의 한인들 보다는 미국의 야구 팬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행사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다저스타디움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이 더욱 감격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난 가수 알리 씨가 그토록 노래를 멋지게 잘 부르시는 줄 몰랐다. 정말 깜짝 놀랐다. 미국 국가를 들은 다저스 팬들도 큰 호응을 나타냈다. 이미 잡혀 있던 스케줄을 취소하고 LA를 방문, 애국가를 불러준 정용화 씨한테도 감사하다. 현진이랑 형, 동생하며 지내는 사이라 아마 의리 때문에 LA까지 와 준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했던 분은 박찬호 선배님이셨다.”
어렸을 때부터 메이저리그를 보며 자라온 마틴 김한테 박찬호란 존재는 다저스의 ‘별’이었다. 감히 가까이서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던 야구선수였다고. 그런 그를 시구자로 초청했고, 일을 진행하면서 박찬호와 직접 통화하고 이메일을 주고 받는 상황들이 마틴 김으로선 꿈을 꾸듯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한화 이글스에서 함께 뛰었던 선후배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다저스타디움에서 시구자와 포수로 만났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장면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다저스 직원들 대부분이 박찬호 선배님을 알고 계셨고, 그의 등장에 진심으로 반가워했다. 한국의 레전드인 박찬호 선배님을 모시고 이번 행사를 함께 할 수 있어 나 또한 영광이었다.”
'런닝맨' 출연의 인연으로 꽤 친할 것으로 예상했던 류현진과 수지는 실제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다. 마틴 김은 류현진이 여자 연예인에 대해선 꽤 거리를 두는 편이라고 한다.(사진=다저스 오피셜 존수후 블로그)
류현진이 수지에게 덤덤했던 진짜 이유
마틴 김은 ‘한국 관광의 날’에 이어 다음날 다저스타디움을 평정한 가수 수지에 대해서도 기분 좋은 반응을 전했다. 수지를 가장 기쁘게 맞이한 사람들은 바로 다저스 선수들이었다고.“내가 선수들에게 수지 씨에 대해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걸그룹의 가수라고 소개하자, 선수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다. 헨리 라미레즈는 나한테 찾아와서 농담삼아 ‘한국 말로 결혼해 달라’는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고, 푸이그는 수지 씨를 보고선 완전 정신을 못 차렸다(웃음). 유리베는 수지 씨가 걸그룹 출신이라고 하니까 같이 춤을 추자며 손을 잡아끌기도 했다. 그중에서 디 고든은 수지 씨가 자신의 팬이라고 한 얘기에 정말 기뻐하며 선수들 앞에서 그 내용을 자랑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반대로 현진이는 수지 씨를 보고도 덤덤해 했다. 아직은 여자보다는 남자들과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하는 듯 했다. 정용화 씨나 김종국 씨가 왔을 때는 굉장히 좋아하고 잘해주는데 여자 연예인들이 오면 조금은 불편해 한다. 아마도 이전에 났던 황당한 열애설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 후론 여자 연예인들한테 거리를 두려 하는 모습들이 종종 비춰진다.”
마틴 김은 홈 게임이 열리는 동안에는 류현진과 자주 만남을 갖는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간은 마케팅 직원으로 자신의 업무에 집중한다. 그는 류현진한테 자신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을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그 얘긴 류현진이 언어도, 생활도 혼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신경은 류현진에게 향해 있다고 털어 놓았다. 자신이 함께 하지 못할 때는 클럽하우스 매니저나 트레이너 등 친하게 지내는 직원들에게 미리 부탁을 해놓는다고. 류현진이 자신을 필요로 하거나, 필요한 일이 생길 때는 지체 없이 연락을 해달라는 내용이다.
비록 올시즌에는 원정 경기까지 동행하지 못하지만 마틴 김은 여전히 류현진을 돕는 '그림자'였다.(사진=다저스 오피셜 존수후 블로그)
류현진을 돕는 ‘그림자’ 마틴 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류현진이 SNS를 통해 ‘SEWOL 4.16.14’라고 쓴 문구를 자신의 라커 앞에 걸어 놓은 것도, 지난 4월 23일 필라델피아의 홈경기를 앞두고 한국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진 것도, 또 세월호 희생자 기금 모금을 위한 류현진의 사인회가 열린 데에는 모두 마틴 김이 적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류현진의 동의 하에 마틴 김은 LA 다저스 사장을 만나 한국에서 벌어진 참사를 미국인들도 함께 아파하고 기도하는 묵념의 시간을 갖기를 역설했고, 기금 모금도 류현진의 간절함을 전하고자 실무적인 일들을 마틴 김이 나서서 처리했다.“무엇보다 현진이가 힘들어 했다. 계속 휴대폰으로 한국의 뉴스를 확인하면서 굉장히 마음 아파했었다. 나로선 그런 현진이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고, 현진이와 다양한 의견 교환 끝에 일련의 일들을 처리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인들도 한국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해 아픔을 나누겠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다저스타디움에 진도 팽목항 사진이 게재되었고, 잠깐 동안의 묵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현진이는 선수이다 보니 실무적인 일들은 내가 맡게 되었지만, 결국엔 현진이가 생각해낸 일들이고, 난 그런 그를 위해 ‘행동대장’의 역할만 했을 뿐이다.”
마틴 김이 일하는 마케팅 부서에는 종종 마틴 김을 찾는 한인들의 전화가 걸려올 때가 있단다. 그런데 그 내용들이 마케팅과 관련된 게 아니라고. ‘다저스 주차장을 싸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 ‘내가 지금 야구장으로 가는데 길 좀 제대로 안내해 달라’ ‘류현진에게 사인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우리 아들이 류현진 팬인데, 사인 좀 받아줄 수 있느냐’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마틴 김은 ‘그래도’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게 류현진이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현진이 옆에 없으면 현진이 보다 내가 더 불안하고 초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현진이가 워낙 자신의 역할이나 생활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상당히 많이 가셨다. 덕분에 퇴근 시간도 좀 빨라졌고, 마케팅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현진이가 좋은 성적을 내고, 제 몫을 충분히 해내면서 팀도 그를 대하는 태도가 지난 해와는 또 달라졌다. 한 마디로 다저스의 탑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갖게 해준다. 내가 류현진과 친하다는 것, 그의 형으로 존재한다는 게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마틴 김은 류현진이 다저스 내에서 탑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는 사실이 더없이 반갑고 고맙다고 말한다. 류현진의 통역으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각종 민원 전화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그한테는 그조차도 감사한 일이라는 것.(사진=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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