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2명과 바람 핀 의사 남편과의 1년…법원 판단은? : 네이버 뉴스
간호사 2명과 바람 핀 의사 남편과의 1년…법원 판단은?
기사입력 2014-06-24 19:55 | 최종수정 2014-06-24 21:55
서울가정법원. 한겨레 자료 사진
[한겨레] 여교사-의사, ‘남성 횡포’ 이혼소송
1·2심 정상적 혼인 생활 인정 않고
“남편, 예물 등 2억 돌려줘라” 판결
대법원은 “혼인신고 해” 파기 환송
확정 땐 예단비 등 돌려받지 못해
결혼하자마자 뭇 여성들과 공공연히 바람을 피운 남편과 보낸 1년을 정상적인 혼인 생활 기간으로 볼 수 있을까. 억대 예물과 예단 비용 반환 문제가 걸린 소송에서 하급심과 대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초등학교 교사 ㄱ(33)씨는 2009년 6월께 결혼정보업체의 소개로 대학병원 레지던트 ㄴ(35)씨를 만나 사귀었다. 2010년 5월 혼인신고를 하고 9월에 결혼식을 올려 부부가 됐다. 하지만 남편은 혼인신고 직후부터 결혼 생활에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해 7월 ㄱ씨가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러 가는 날, 수술이 있다고 둘러댄 뒤 간호사와 술을 마셨다. 신혼여행지에서 아내가 갑상선기능항진증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신뢰를 잃어 혼인 생활이 어렵다”고 했고, 만취해 침대에 소변을 보는 등 행패를 부렸다.
행패는 갈수록 심해졌다. 수시로 같은 병원 간호사 등과 술을 마시고 외박을 했다. “사랑한다”는 내용이 적힌, 여성들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아내에게 자랑했다. 여성들과의 술자리에 아내를 불러내 모욕감을 안겼다. 술에 취하면 집안 곳곳에 소변을 보거나 물건을 집어던졌다. 이혼을 요구하며 흉기를 들이대고, 생활비는 아랑곳 않은 채 호텔비와 유흥비로 1억원가량을 탕진했다.
ㄱ씨는 이혼소송을 냈고, ㄴ씨도 맞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남편이 아내에게 위자료 1억원을 주라고 선고했다. 또 외도 상대인 간호사 2명에게도 위자료 1000만원씩을 아내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2심 재판부는 이런 경우 원천적으로 혼인이 성립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남편이 결혼 선물로 받은 포르셰 승용차, 예물 시계, 예단비, 결혼식 비용 등 2억여원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예물과 예단은 혼인의 지속을 전제로 양가의 마음을 두텁게 하기 위해 (신부 쪽이 신랑 쪽에) 증여한 물건으로 봐야 하므로, 이처럼 혼인이 단기간에 파탄 난 경우에는 애초 혼인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1심은 예단 비용 가운데 ‘꾸밈비’로 신부 쪽에 돌려준 2000만원을 빼고 3000만원만 반환 의무가 있다고 봤으나, 2심은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꾸밈비’로 떼준 몫을 인정받을 수 없다며 5000만원 모두를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남편의 불성실한 행위가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이지만, 두 사람이 1년 넘게 부부로 지낸 사실 또한 인정된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민법 체제는 혼인신고 등 법률상 요건에 따라 혼인관계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따라서 “유효한 혼인신고를 마친 뒤라면 혼인 관계의 해소는 법이 정한 이혼 절차에 따라야 하며, (법원이) 그 실체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ㄱ씨는 위자료는 받을 수 있지만, 예물·예단 비용은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