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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아시안게임 참가…'갑'이 된 이유? : 네이버 뉴스

!!! 2014. 7. 18. 23:20

 

[취재파일] 北 아시안게임 참가…'갑'이 된 이유?

기사입력 2014-07-18 14:37

기사원문 1089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참가 문제를 다루기 위한 남북 실무접촉이 결렬됐습니다. 북한은 어제 판문점에서 개최된 실무접촉에서 갑자기 남측의 태도를 '회담 파탄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하고 퇴장했습니다.그리고 오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결렬의 책임을 남측에게 돌렸습니다.
"남측이 '국제관례'니, '대표단 규모가 너무 크다'느니 하고 트집을 걸었다"며 "'남쪽 정서'니, '신변안전 보장이 어렵다'느니 하면서 응원단의 규모와 국기의 규격까지 걸고 들다 못해 공화국기(인공기)는 물론 '한반도기'도 큰 것은 안된다고 도전해 나섰다"고 전했습니다.  또 "나중에는 우리가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우리 선수단과 응원단의 비용 문제를 꺼내 들며 자부담이니 뭐니 하고 줴쳐대는(떠들어대는) 추태를 부렸다"고 비난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를 나열했지만 북한이 문을 박차고 나간 속셈은 뻔합니다. 간단히 말해 돈입니다. 북한이 대규모 응원단의 체재 비용을 다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과거의 선례대로 해야 한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북한은 응원단을 보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측은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체재비는 물론 선물비까지 부담했습니다. 북한의 생각은 이번에도 남측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주는 만큼 받아야 한다. 과거의 사례처럼 이번에도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참가가 인천 아시안게임의 흥행을 좌우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북한이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파견해 인천 아시안게임의 흥행을 도울 것이기 때문에 주는 만큼 받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3. 광주와 평창도 생각해야 한다. 내년 즉 2015년 광주에서 하계유니버시아드가 열립니다. 그리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벌어집니다. 만약 북한이 이번에 응원단 체재비를 받지 못하면 앞으로 벌어질 두 대회에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심산입니다.

4.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된다.         북한이 사상 최대 규모인 선수단 350명, 응원단 350명을 보내겠다는 점, 회담 도중 일방적으로 퇴장한 점, 그리고 오늘 대회 참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 밝힌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 기싸움에서 남측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입니다. 남북 실무접촉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입니다.       인천 아시안게임 참가를 놓고 북한은 이번에도 특유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며 '갑'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전가의 보도인 '대회 보이콧'을 시사하며 남측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갑' 처럼 행동하는데는 남측도 일정 부분 기여했습니다. 인천시와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는 그동안 세계 주요 스포츠계 인사를 만날 때마다 "북한이 참가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회 흥행이 북한 선수단과 이른바 '미녀 응원단'에 달린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선택입니다. 정부는 국제 관례에 따라 응원단의 체재 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반해 인천시와 조직위는 어떻게 해서든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참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북한이 왔을 때 이익이 몇백억원대라면 우리가 부담하는 체재 비용은 몇십억원대에 그친다는 설명입니다. 명분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퍼주기 지원'이란 잘못된 선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참가로 얻는 실리를 고려하면 강경 일변도로 나갈수만은 없습니다. 우리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권종오 기자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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