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융통성이 없었던 것이다. FIFA(국제축구연맹) 규정으론 된다.”
2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8라운드 인천전을 앞두고 새 외국인 선수 에데르의 등록이 불발된 것이 누구의 책임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민국 울산 현대 감독이 내놓은 대답이다. 조 감독은 특별히 기한을 더 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겠다고 밝힌 프로연맹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에데르의 미등록 사태는 2009년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된 이래 최초로 생긴 일이다. 에데르는 브라질 출신이지만 팔레스타인 국적을 가지고 있다. 중동에서 활약하면서 현지 구단이 외국인 선수 쿼터를 한 자리 더 사용하기 위해 그가 팔레스타인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조치한 덕분이다. 울산도 그를 팔레스타인 국적의 선수로서 아시아 쿼터 한 자리에 영입했다.
그러나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했다. 그가 한국 입국이 훨씬 용이한 브라질 여권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혼선이 생긴 것이다. 브라질 여권으로 입국했어도 팔레스타인 국적이 있음을 증빙할 서류만 준비된다면 등록에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부족했다. 이를 프로연맹 사무국에 제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융통성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조 감독이 규정이라는 것의 존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프로연맹 규정 제2장 4조 3항에 의한 이적 등록 마감일은 7월 31일까지고, 5항은 ‘해외리그에서 영입되는 자유계약선수, 이적․임대 선수의 국제이적동의서(ITC)신청은 등록 마감일까지 완료되어야 하며, 해당 선수는 국제이적동의서가 접수되고 등록절차가 완료된 이후 공식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은 해석의 여지가 있을 때다. 프로연맹의 규정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다.
더불어 FIFA의 규정으로는 등록이 된다는 것 역시 오롯이 맞는 것은 아니다. FIFA의 선수 등록 규정 6조 1항에 계약이 만료된 선수는 등록 기간 외 등록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긴 하다. 그러나 해당 문장은 ‘may be registered’라고 쓰여 있다. ‘may’에 가능하다는 뜻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문자 그대로의 ‘가능하다’가 아니라 ‘가능할 수도 있다’ 정도의 의미로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후속 문장에서 이 판단을 할 권한이 각 리그 연맹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미 K리그 규정을 통해 이에 대해 확실히 규정한 바 있는 프로연맹이 새로운 해석을 내릴 이유가 없다.
과거 다른 리그에서 특별히 등록 기간을 연장한 사례는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2009년 겨울 이적시장을 하루 연장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이번 사건과는 완전히 다른 이유였다. 당시 각 구단들이 영국에 내린 기록적 폭설 때문에 선수와 직원들의 발이 묶여 필요한 서류를 기한 안에 마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연장을 해준 것이 융통성 있는 행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울산은 비슷한 문제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브라질 변호사를 선임해 등록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만약 등록이 된다면 울산으로선 다행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에데르의 미등록 사태는 절대 융통성의 문제가 아니다. 원칙의 문제다. 명시된 원칙을 울산이 충족시키지 못했고, 그래서 선수 등록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원칙은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글=남세현 기자(namsh87@soccerbest11.co.kr) 사진=김재호 기자(jhphoto11@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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