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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할(喝)]국가 공무원 절반이 KTX 안에 있다 : 네이버 뉴스

!!! 2014. 8. 10. 11:12

 

[시사 할(喝)]국가 공무원 절반이 KTX 안에 있다

기사입력 2014-08-10 08:08

기사원문 221

【서울=뉴시스】

아침 저녁 서울~세종청사 오가는 공무원
부처 실·국장, 국회 등 자리비움 더 심각
여의도 주변에는 '공무원 노숙자'도 여전
【세종=뉴시스】시사할 취재팀 = "우린 서울 사람도 아니고 세종시 사람도 아니야~" 오도 가도 못하는 세종시 공무원 A씨는 자신이 처한 안타까운 현실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뉴시스는 지난 1월 '공무원 노숙자를 아십니까?'란 제목으로 세종시로 내려간 공무원들이 국정감사 등의 이유로 서울과 세종청사를 정신없이 오가다보니 국회와 광화문 제1청사 인근에서 사실상 노숙하다시피 살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다룬 바 있다.
그 후 7개월, 세종청사 한 부처 공무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공무원의 절반이 아침, 저녁 출퇴근 길에 KTX 안에 있는 겁니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라며 분노했다.
그는 이어 “이번 주는 하루만 (세종)청사에서 머물렀습니다. 대부분 시간을 길에서 보내기 때문에 업무 집중시간이 줄어들게 되는 건 당연하고 업무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라며 "무거운 백팩을 둘러매고 국회 회의를 준비하는 간부급 공무원들 모습을 보면서 제 미래가 저렇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세종시 종합청사 이전 이후 업무상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장관의 국회출석을 준비하고 수행해야 하는 간부급 공무원(실·국장)들이 세종청사에서 수시로 자리를 비우는 건 이제 일상이 돼버렸다. 그러다보니 서울과 세종시를 왕복하기보다 아예 서울에 체류하면서 세종시 사무실을 장기간 비우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또 이같이 잦은 서울출장으로 부서 내 대면기회가 줄고 서류만으로 업무를 확인하면서 체계적인 업무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소통·정보 교환 기회가 줄어 부서결속이 어렵고 장기적인 회의나 숙고가 필요한 사안들이 뒤로 밀리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도 이런 실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에 정부는 스마트워크센터나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으로 회의를 대체해 업무공백을 줄인다는 계획이지만 현재까지 시스템 구축도 미비할 뿐더러 우리나라의 행정문화가 이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 크다.

2013년,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국회에서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 이전 공무원 45명을 대상으로 한 ‘이전 전 대비 비효율성 존재 인식' 조사에서 장·차관의 잦은 외부 출장으로 인한 업무 공백에 대해 과반수가 넘는 78%가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무 유관자의 출장 빈도 증가, 상관의 출장으로 인한 결재 등 업무 대기 시간 증가 등이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자정부 시스템 미비로 인한 비효율성 여부는 33%만 문제가 있다고 인식해 정책소통의 문제가 화상시스템 구축으로 해소될 성질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공무원은 “지금도 업무로 스트레스가 상당하지만 옆에서 출장을 다니며 일하는 상급자들이 내 미래라고 생각하니 일에 대한 의욕마저 떨어진다”며 “이런 환경 속에 있으니 능력 있으면 다른 직장을 구해 나가라는 소리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행정연구원 허준영 박사는 “인터뷰 결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해야 할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와서 ‘유배왔다’ ‘쫓겨왔다’ ‘변방으로 밀려났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특히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공직자로서의 자세나 사기를 많이 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인프라적인 업무 환경뿐 아니라 공무원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업무의 시간적, 질적인 측면을 살폈다면 이제는 인력수급계획, 사기, 동기부여 등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청사는 지난 2012년 12월 중앙행정기관의 1단계 이전으로 약 5500여 명의 공무원이 대이동을 한 후, 지난해 12월27일까지 2단계 이주로 교육부 등 6개 부처와 10개 소속기관에서 4800여 명이 세종청사로 이주를 했다.
이로써 17개 중앙행정기관 중 13개 기관이 세종시에 자리 잡게 되면서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수는 1만여 명에 이르게 됐다.
■ '시사 할(喝)'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sisah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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