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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와치'에 드리는 제언 3가지 : 네이버 뉴스

!!! 2014. 8. 29. 20:06

 

‘스마트와치’에 드리는 제언 3가지

기사입력 2014-08-29 10:24

기사원문 131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요. 8월28일 두 업체가 나란히 새 스마트와치를 내놨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어S’, LG전자는 ‘G와치R’입니다. 삼성전자는 ‘기어핏’에 이어 이번에도 커브드(곡면) 화면을 적용했고, LG전자는 첫 작품 ‘G와치’와 달리 원형 화면을 적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보라. 숱한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저 불굴의 자랑스런 한국 기업을.” 뭐,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또 내놨어?” 라며 짐짓 심드렁한 표정으로 콧구멍을 후비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새 제품은 그만큼 복잡한 생각을 갖도록 합니다.
① 이제야 IT 업체가 시계의 관점에서 스마트와치 디자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② 하지만 스마트와치의 문제는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③ 그렇다면 과연 애플은 어떤 전략을 짤까. 이 3가지 생각보따리를 지금부터 풀어볼까 합니다. 2013년 9월 삼성전자가 활시위를 당긴 스마트와치 시장의 1년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고민해 주세요. 더 풍부한 얘깃거리가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 '삼성 기어2', '삼성 기어 S'(왼쪽부터)
#1. 옛 시계에서 배우는 스마트와치 디자인
스마트와치를 만드는 업체 중 적어도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모토 360’을 만든 모토로라는 스마트와치의 디자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기어 S의 곡면 디스플레이는 2인치나 되는 큰 화면을 손목에 안정적으로 감을 수 있어 좋습니다. 모토360과 G와치R의 원형 화면은 스마트와치를 진짜 시계처럼 보이도록 합니다.
이전부터 스마트와치를 만들었던 페블과 소니를 생각해 봅시다. 페블의 첫 작품에는 1.26인치에 144×168 해상도가 적용된 디스플레이가 쓰였습니다. 디스플레이를 감싸쥔 테두리는 플라스틱 소재였죠. 물론 모양도 투박했습니다. 디스플레이와 시계줄을 연결하기 위한 실용적인 부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정도로 말이죠. 소니의 제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6인치 화면에 220×176 해상도가 적용됐지요. 겉면에 마치 스마트폰처럼 베젤을 넣고 주변을 은색 톤으로 감싸 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요.
스마트와치를 개발하는 IT 업계의 '네모의 꿈'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디스플레이 부품은 일반적인 시계의 베젤과 달라 사각형 이외의 형태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되는 큰 판을 작게 잘라 쓰는데, 원형으로 만들면 그만큼 업체에 손해가 되니까요. 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핏’, LG전자의 첫 번째 'G와치'가 모두 사각형으로 디자인된 까닭입니다. 모양에 불만을 품은 이들이 많았습니다. 개발 업체에서는 ‘모던’한 모양이라고 홍보하기 바빴지만, 사용자는 전자제품이라는 인상이 너무 강하게 풍기는 외형에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었죠.
스마트와치의 사각형 공식을 깬 것은 모토로라입니다. 2014년 6월 구글이 개최한 구글 개발자행사 ‘구글 I/O 14’에서 처음으로 원형 화면을 적용한 모토360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완전한 원형은 아닙니다. 원형처럼 보이도록 베젤을 둥글게 만들고, 속에는 위아래를 평평하게 자른 디스플레이를 넣었기 때문이죠. 그 뒤를 LG전자가 이은 셈입니다. LG전자는 원형처럼 보이는 화면이 아니라 완전히 동그란 화면을 G와치R에 넣었습니다. LG전자는 이를 ‘풀서클’이라고 부릅니다. 이름까지 붙인 걸 보면, 처음으로 원형 디스플레이를 쓴 것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제품 디자인을 평가하는 눈은 각양각색이겠지만, 모토360과 G와치R의 겉모습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자제품이라는 인식은 덜고, 평범한 시계처럼 보이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큰 업체는 아니지만, 스위스의 위딩스라는 업체가 만든 스마트와치 ‘액티비테(Activite)’가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옛 시계와 가깝게 보이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이른바 ‘디지털적 촌스러움’을 걷어내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2014년에 들어서야 IT 업체가 깨닫기 시작한 셈입니다. 물론, 삼성전자는 여기서 예외입니다. 사각형 디스플레이를 써도 멋지게 보이는 제품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뚝심을 지키고 있습니까요.
LG전자의 'G와치', 'G와치R'(왼쪽부터)
#2. 하지만, 문제가 디자인뿐이던가
예를 들어 이번에 LG전자가 소개한 G와치R의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가정해 봅시다. 선뜻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다음에는 더 좋은 스마트와치가 나올 텐데…'라며 한걸음 뒤로 물러서지 않을는지요. 이 생각에서 지금의 스마트와치 시장이 떠안은 문제를 읽을 수 있습니다.
기어S는 벌써 삼성전자가 내놓은 6번째 스마트와치 입니다. 시장 진입이 1년가량 늦은 LG전자도 벌써 2번째 제품을 냈죠. 소니도 2개, 페블도 2개입니다. 모토로라도 지금은 하나지만 뒤에서는 차기 기종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즉, 기어S는 기어2, 기어2 네오 등 자사 제품의 선형적 업그레이드 버전이고, G와치R는 모토360이라는 타사 제품의 비선형적 업그레이드 기종이라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하면, IT 업체는 마치 스마트폰이나 PC를 만들듯 스마트와치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자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IT 업체의 미덕입니다. 전자제품의 업그레이드 관습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스마트와치의 운명입니다. IT 업계의 미덕과 관습, 이들이 만들어내는 업그레이드라는 운명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보통 시계를 구매할 때 사용자는 업그레이드 여부를 따져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대개 아날로그 시계를 고르는 기준은 가격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다음으로는 브랜드를 봅니다. 자신의 스타일과 잘 맞는지 디자인도 꼼꼼히 따지고, 비슷한 제품을 몇 개 생각해 그중 하나를 고르죠. 비용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시계에 투자하기 위해 퍽 섬세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칩니다. 돈이 많은 이들은 여기에 ‘오토매틱’이나 ‘쿼츠’ 등 시계의 심장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도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의 출시 시기는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형 제품이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와치를 되돌아봅시다. 과연 갤럭시기어와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S, G와치, G와치R, 모토360을 같은 선에 두고 고를 수 있을까요. 전자제품은 가장 늦게 나온 제품이 제일 좋은 제품입니다. 사용자의 선택권이 사실상 최신 제품 한 종으로 제한되는 셈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구형 제품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 오메가의 ‘씨마스터’ 시리즈를 스마트와치는 절대로 흉내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스마트와치 시장에서 '빈지티'라는 말은 소용이 없습니다. 지금의 스마트와치 시장은 아날로그 시계를 구매하는 사용자의 오랜 의사결정 과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셈입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스마트와치를 시계 대신 전자제품으로 포장하면 됩니다. 마치 스마트폰처럼 1~2년에 한 번씩 새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면 되겠죠. 실제로 삼성전자는 28일 낸 보도자료에서 스마트와치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웨어러블 기기’라는 모호한 용어가 대신 자리했습니다.
이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람의 팔이 2개 뿐이니까요. 그나마 시계를 위한 자리는 한쪽 손목뿐입니다. 아무리 스마트시계가 차고 싶어도 발목에는 묶을 수 없는 노릇입니다. 팔목에서 시계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어차든가, 옛 시계와 같은 카테고리에 편입되든가. IT 업체는 스마트와치의 디자인을 고민하기 이전에 이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합니다.
위딩스의 '액티비테', 모토로라의 '모토360'(왼쪽부터)
#3. 애플, 당신은 이렇게 해보면 어때요?
애플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는 9월9일 애플이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거든요. 실체는 아직 없지만, 애플도 손목시계 모양의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애플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가 그랬던 것처럼 손목시계 모양의 제품을 내놓을까요? 애플이라면 과연 어떻게 할까요? 주관에 근거해 소설을 써봤습니다.
우선 애플은 iOS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갖고 있습니다. 웨어러블이라는 실제 하드웨어가 존재하는 제품을 만드는 대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시계는 다른 업체가 만들도록 하는 대신, 애플의 iOS 생태계에 제품이 연결되도록 하는 방법 말입니다. 애플은 시계를 직접 만들지 않아도 생태계가 가져오는 단 열매를 취할 수 있게 됩니다.
상상해보면 이렇습니다. iOS의 개발 API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일부 기능을 개방하면 됩니다. 메시지가 도착한 것을 알려주는 API,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하는 API 등 종류는 많습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 스위스의 고가 시계 업체 테크호이어와 손을 잡으면 됩니다. 테그호이어는 대표 모델인 ‘까레라’ 시리즈에 이 개발 API를 적용하면 애플판 스마트와치가 완성됩니다. 이름은 ‘까레라 i’가 적당하겠군요.

iOS의 개발 API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일부 기능을 개방하면 됩니다. 자동차업체와 협력해 'iOS 인더카’를 구현한 것처럼.

어디 테그호이어 뿐일까요. 스와치그룹과 협력하기만 하면, ‘오메가’나 ‘론진’, ‘라도’, ‘티쏘’ 등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 브랜드와 함께 일할 수 있게 됩니다. 제품 종류가 시계에 한정될 필요도 없습니다. 고가 의류업체 ‘디올'의 하이탑 스니커즈에, 유서 깊은 안경 업체 레이벤의 ‘웨이퍼러’ 시리즈에도 애플의 API가 적용되기만 하면 됩니다.
마치 애플이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자동차업체와 협력해 'iOS 인더카’를 구현한 것처럼 말이지요. 이렇게 되면, 애플의 웨어러블 전략은 애플의 충전 단자인 '라이트닝 케이블'을 벨킨 등 서드파티 액세서리 제조업체에 라이선스를 주고 파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게 됩니다. 실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데 따르는 경영상의 위험도 피할 수 있고, 사용자에게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을 패션 업계가 직접 디자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유리합니다.
이 소설에 긍정을 더하는 신호가 몇 가지 있습니다. iOS8부터 추가될 예정인 ‘헬스킷’과 ‘홈킷’이 주인공입니다. 헬스킷은 모바일기기용 피트니스 용품을 개발하는 서트파티 액세서리 업체가 아이폰과 연동되는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홈킷은 아이폰을 집에 연결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벌써 아이폰으로 문을 여는 도어록을 개발한 업체도 있으니까요. ‘웨어러블킷’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오는 9월9일 팀쿡 애플 CEO가 과연 행사장에서 실제 시계를 꺼내 들까요? 아니면 서드파티를 위한 웨어러블 생태계 전략을 발표할까요. 그때가 되면, 이 소설이 현실인지 허구인지도 갈리겠죠. 관심을 갖고 지켜볼 예정입니다. 조금 더 할 말이 있기를 바랍니다.

오원석 기자 sidewa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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