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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야구결산] 류중일호의 금메달, '당연한' 아닌 '당당한' 결과

!!! 2014. 9. 29. 12:06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대만을 B조 예선 첫 경기부터 10-0으로 완파하자 한국의 금메달은 이전보다 더욱 '당연한 결과'인 듯 여겨졌다.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를 초전박살 냈다는 점에 의미를 두기보다 대만을 순식간에 별 볼일 없는 팀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결승전을 치르고서야 대만도 사실 호락호락하지 않은 팀이었음이 뒤늦게 재조명됐을 뿐이다.
안타를 얻어맞는 투수나 삼진을 당하는 타자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분위기가 이번 대회 내내 조성됐다. 이처럼 밑져야 본전인 대회에서 줄곧 완승을 거두는 동안에도 많은 이들은 이러한 성과를 알아주기보다 상대의 낮은 수준만을 운운하며 대표팀의 승리 가치를 깎아내려왔다.
특히 긴장감조차 느끼기 어려웠던 예선 3경기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으며, 준결승부터 진땀을 빼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되자 이번에는 상대의 분전을 바라보기보다는 약팀을 상대로도 고전했다는 비난이 일어났다. 쉽게 이겨도, 어렵게 이겨도, 패하더라도 모두 환영받지 못할 운명의 선수들은 흥이 나기보다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는 류중일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종목이든 우승 후보로 꼽히는 국가나 선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참가 그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는 국가와 선수도 있으며, 압도적인 전력을 통해 금메달을 차지하는 경우가 국제대회에서는 야구 외에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다.
또한 다른 나라가 최강 전력을 구축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 또한 그들의 방식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아시안게임이 기본적으로 아마추어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스포츠 대회라고는 하지만 야구는 프로팀 선수들의 출전이 가능한 종목 중 하나다.
한국의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와일드카드 제도가 있는 축구를 제외하면 농구, 배구 대표팀 역시 각 프로에 있는 선수들을 다수 소집해 이번 대회에 임하고 있다. 여자농구의 경우 세계선수권에 오히려 국가대표 2진을 투입시키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날만큼 메달 가능성이 높은 아시안게임에 총력을 기울인 상황.
또한 각 팀의 정예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일 기회가 극히 드문 종목이 야구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많은 한국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금메달을 딸 확률을 보다 높이겠다는 취지의 정예 멤버 구성이 다른 나라의 사정과 비교되면서까지 비난 받아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프로 리그를 중단시킨 점은 물론 아쉬움이 남지만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손쉬운 병역 혜택에 대한 지적 역시 선수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병역 혜택이 간절한 선수들도 물론 그 중에는 존재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껏 만난 대부분의 선수들은 "국민들의 사랑과 성원에 꼭 보답하고 싶다"는 최우선적 목표를 진심을 담아 전해왔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긴 벅찬 느낌을 떨리는 말투로 표현한 선수들도 있었다. 병역 문제와 관계없이 출전한 선수들은 두말 할 필요조차 없다.
설령 입에 발린 말이라고 해도 이들은 단순히 선택받은 존재에 불과하다. 세계대회 금메달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욱 치열한 일부 종목들처럼 야구 역시 외부적으로는 적수가 많지 않을지라도 선발 과정에서만큼은 무한 경쟁을 뚫어내야만 한다.
차라리 병역 혜택을 지나치게 의식한 선발이 아니었는지에 대해 논하는 것은 건전한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비난의 화살을 선수들에게 겨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선수들의 진짜 속마음이 어떠했는지는 병역 혜택과 무관한 차기 대표팀 발탁 이후 반응을 살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당연한 금메달이 아닌 당당한 금메달을 품에 안은 선수들이다. 때로는 완벽한 승리를 선사했고, 한편으로는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며 얻어낸 결과물이다. 지금 당장은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 국민들에게 기쁨을 안겨주고자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위해 우선돼야 할 일은 아닐까.

네이트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