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청산유보의 공신은 이통사, 유통업계..출고가 인하의 비밀 : 네이버 뉴스
팬택 청산유보의 공신은 이통사, 유통업계..출고가 인하의 비밀
기사입력 2014-12-08 17:08 | 최종수정 2014-12-08 22:2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지난 5일 법원이 회생폐지를 유보하고 매각을 위한 시간을 주기로 하면서, 팬택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출고가를 크게 낮춘 ‘베가아이언2’와 ‘베가 팝업노트’의 인기는 팬택이 긴박한 자금난을 해결하고 숨통을 트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현금 유동성을 만들어 매각 완료 때까지 회사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베가아이언2’와 SK텔레콤 전용인 ‘베가 팝업 노트’의 출고가는 35만 2000원. 동급 스마트폰보다 절반 이상 싸다. 그런데 팬택 단말기의 출고가 인하는 제조사(팬택)가 부담한 게 아니라, 이동통신 회사와 유통점들이 전부 떠안은 것으로 나타나 훈훈함을 주고 있다.
◇이통사와 유통점, 출고가 인하분 전부 부담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이통사들은 ‘베가아이언2’의 출고가를 78만 3000원에서 35만 2000원으로 절반 이상 내렸다. 또한 유통점들도 팬택으로부터 재고보상을 받지 않고 같은 가격(35만 2000원)으로 출고가를 내렸다.
보통 출고가 인하라고 하면 제조사가 인하분을 떠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번 경우는 이통3사와 유통점들이 43만 1000원을 전부 안은 게 특이하다.
팬택은 단말기를 유통하면서 90% 정도는 이통사를 통해, 10% 정도는 일반 대리점·판매점을 통해 유통한다. 그런데 지난 5월 출시 때 ‘베가아이언2’의 출고가는 78만 3000원이었고, 단말기 유통법 시행 전이어서 시장이 눈치 보는 사이 10만 대에 가까운 물량이 재고로 쌓였다. 이통사들이 스스로 출고가 인하를 책임지며, 베가아이언2 판매에 나서게 된 것이다.
통신사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은 유통점들도 마찬가지다. 전국이동통신 유통협회에 따르면 팬택은 이통사 유통물량과 달리 일반 유통점 공급 모델의 경우 출고가 인하분을 재고보상해 줬지만, 이번에는 경영난으로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일선 대리점·판매점들이 대당 43만 1000원인 출고가 인하분을 대신 떠안게 됐다.
협회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협회 회원사 기준으로 130여 억 원의 팬택 채권을 갖게 됐는데, 베가아이언2의 출고가를 인하하면서 500억 원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리점별로 5억씩 되는 사장들도 있지만 그래도 팬택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재고보상 없이도 판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팬택 역시 협회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반드시 회사를 정상화해서 유통점들의 ‘팬택 살리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고가 계속 내려갈까…정부는 기대
출고가 인하는 소비자에게도 좋다. 지원금은 상향해도 고가 요금제에 가입해야 더 받지만, 출고가 인하는 해당 단말기를 사는 모든 고객에게 혜택을 준다.
이통사들은 팬택처럼 회생이 절실한 경우를 빼면 출고가 인하는 전적으로 제조사 소관이라는 입장이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제조사와 이통사의 협력을 당부했다.
최성준 위원장은 지난 4일 이통3사 ‘아이폰6’ 대란에 대해 이통3사에 2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아이폰6 16기가 모델은 시장에서 반응이별로라고 알고 있는데, 지원금은 상한이 정해져 있으니 제조사와 협의해 출고가를 낮춰 판매를 촉진하는 것은 불가능한가?”라고 물으면서, “출고가 인하 부담을 누가 지느냐가 아니라, 이통사와 제조사가 같이 합심해 출고가를 내린다면 이는 불법 지원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