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배고파… "차라리 나를 유치장에 보내달라" : 네이버 뉴스
춥고 배고파… “차라리 나를 유치장에 보내달라”
기사입력 2014-12-17 11:48
때아닌 한파가 몰아치고,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자 벌금 대신 유치장이나 구치소에서 노역하겠다며 제 발로 경찰서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17일 서울 지역 일선 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9시 50분쯤 영등포경찰서 A 지구대로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한모(56) 씨가 찾아왔다. 한 씨는 “날씨가 너무 추워 구치소에 들어가고 싶은데 수배 중인지 검색해달라”고 요구했고, 폭행 혐의로 수배돼 벌금 110만 원을 내야 했던 한 씨는 이날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 11월 28일 오전 1시쯤 구로경찰서에는 최모(61) 씨가 유치장에서 재워달라며 찾아왔다. 최 씨는 지난 8월 폭력혐의로 벌금 60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벌금 납부 기한은 남아있는 상태였다. 최 씨는 “이혼해서 밥 차려주는 사람도 없다”면서 “벌금 대신 유치장에서 때우겠다”며 유치장에서 재워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경찰이 설득해 집으로 돌려보냈다.
서울 강서경찰서 B지구대에도 10월 말부터 한 달 동안 3번이나 50대 남성이 찾아와 “언제 수배가 되는 것이냐, 월세 낼 돈이 없는데 유치장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고시원에 거주한다는 남성은 월말에 고시원비를 내기 전에 유치장에 들어가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아직 벌금 납부일이 남아 체포되지는 않았다.
최근 벌금을 내지 않아 수배 중인 노숙자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경찰서를 찾아오는 일이 늘고 있다. 벌금이나 과료를 내지 못한 경우 노역장에서 매일 일정 시간 노역하면 하루 5만∼10만 원씩 계산해 벌금을 낸 것으로 해 주는 ‘환형유치제’를 이용하려 하는 것이다.
이명진(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과거에는 복지제도 체계가 미흡해도 가족을 통한 돌봄이 가능했다면 1인 가구가 많아지는 등 가족 해체가 현실화되면서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서정 기자 hims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