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것의 의미
미친 것의 의미
안재철/제주대 교수/중어중문학과/논설위원
데스크승인 2013.11.21
제주일보 | webmaster@jejunews.com
꽤 오래 전, 정신과 의사와 검사인 동창생을 만난 적이 있다. 검사가 정신과 의사에게 피의자의 정신감정을 의뢰했던 모양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정신과 의사에게 물었다. “미친놈의 정의가 뭐지?” “응!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 못하는 자라고나 할까.” “그렇구나! 장자는 미친놈이로구나. 꿈에서 나비가 자기인지, 자기가 나비인지,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 못하는 자이니 말이다.”
장자는 꿈속에 나비가 되어, 꿈속의 나비가 진짜 자기이고,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 자기가 가짜 자기인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할 줄 모르는 장자는 미친놈인가?
밤하늘에 떠 있는 어느 별이 1만광년의 거리에 있다는 것은, 그 별에서 1만년 전에 출발한 별빛이 오늘날 비로소 우리의 눈에 비추고 있다는 것이니, 혹 지금 저 별은 9999년 364일 전에 깨져 없어졌을 수도 있다.
빛이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돈다면 1만년간 온 거리는 얼마이며, 도대체 1만년 전에 저 별빛이 저 별을 출발할 때 지구는 과연 어느 시대였던가? 석기시대도 넘어 아직 역사의 기록에도 없는 그런 시기, 인간이 인간인지 동물인지 모르는 그런 시기에 출발했을 것을 생각하면, 우리 인생은 그야말로 햇살에 곧 사라지고 마는 아침이슬보다도 못하는 짧은 인생이 아닌가?
혹 장자의 생각대로 정말 우리는 원래 나비인데, 잠깐 몸을 빌려 이 세상에 존재하다가 다시 나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 장자의 말대로, 정말 어떤 것이 나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장자는 미친놈이 아니고 천재란 말인가? 그가 우리와 다르다고 미친놈이라면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보통의 뭇사람과 생각이 다른 사람은 모두 미친놈인가?
그런데 세상은 장자와 같이 그런 미친놈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저 남이 하는 대로 하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참으로 편한 삶을 살 수는 있지만, 사회는 보통을 넘어서는 한 사람에 의해 변하고 이끌려 가는 것이니, 우리는 과연 나와 다른 사람을 미친놈이라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영웅이라고 해야 하는가?
나는 사실 미친놈을 좋아하고 심지어는 동경한다고 해야 할 정도로 미친 것에 미쳐있다.
한자로 미친 것은 ‘광(狂)’이라고 하는 데, ‘넓을 광(廣)’, ‘빛 광(光)’, ‘임금 왕(王)’, ‘임금 황(皇)’, 그리고 너무나 넓고 커서 두렵거나 모호하다는 말들(惶, 滉, 煌, 慌)은 모두 그 발음이 유사하다. 아마도 뒷소리인 ‘왕’이란 발음은 크고 넓고 모호하며 두려운 것과 관련된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狂’은 일상보다 크고 두려운 것이며, 그래서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사실 미묘하게 발음이 같아 ‘미치면(狂) 미친다(及)’고 하니 미치지 않고는 어떤 것도 새로운 것을 이룰 수가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미친것을 찬미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미친 것은 단지 보통사람과 다른 것일 뿐 잘못된 것은 아니다.
소위 모범생은 현실을 거역하지 않고 그대로 따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에 의해 세상이 변화될 수는 없다. 항상 세상 밖에 서서 뭇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자가 세상을 바꾸는 최전선에 서 있다고 할 것이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온통 사기와 권모술수가 판을 치고 있다. 순리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어, 순진하고 정직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왜 정당한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는지? 항상 추악하고 더러운 자가 이겨야 하는지? 왜 큰 도둑은 떵떵거리고 살지만, 작은 도둑은 감옥에 가야하는지?
이 사회가 온통 미쳤다면, 이 사회에 사는 보통사람의 눈에 비친 미친놈은 오히려 정상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