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구급차 비켜줬다 과태료' 사건의 전말 : 네이버 뉴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글쓴이가 얘기한 장소에서 글쓴이가 신호위반을 하는 장면이 잡힌 단속카메라 영상을 찾아냈는데, 글쓴이의 글에 등장하는 구급차도 트레일러도 이 영상엔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겁니다. 다만, 차 한대가 빨간불인데도 시속 54km의 속도로 왕복 7차선 교차로를 그대로 질주해 내 빼는 장면만 담겨있었습니다. 바로 글쓴이의 차였습니다. 실제 기자도 이 영상을 봤습니다. 지난해 10월, 울산의 대로에서 찍힌 단속카메라 영상이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구급차도 트레일러도 보이지 않았고 글쓴이의 차가 빨간불인데도 빠른 속도로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나가는 장면만 찍혀있더군요. 이 영상대로라면 글쓴이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인 겁니다.
경찰은 글쓴이에게 자초지종을 묻기 위해 전화를 했습니다. "얘기좀 하자"는 경찰의 전화를 받은 글쓴이, "일이 크게 번지는 걸 원치 않는다"는 대답만 남기고 끊어버렸답니다. 통화도 거부했고요. 그렇게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구급차 비켜주다 과태료 끊은 사연' 글은 허위로 판명이 났습니다.![]()
![]()
● 왜 이런 '거짓 글'을 썼을까?
그렇다면 글쓴이는 왜 이런 거짓말을 한 걸까요? 과태료를 안 내보기 위해서였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글쓴이는 이미 신호위반 과태료를 납부한 뒤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찰이 글쓴이의 최근 5년 내 교통법규 위반 건수를 살펴보니, 이 신호위반 뿐 아니라 속도위반 등 건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단 하나도 연체된 과태료는 없었습니다. 단지 과태료를 내기 싫어서 생떼를 쓰려고 말을 꾸며낸 것은 아니란 얘기입니다. 경찰은 조심스레 인터넷에서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추측합니다. 특히 이 글이 처음 올라온 '일베'라는 사이트는 사람들의 추천수에 따라 등급이 올라가는데, 이걸 올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런 관심을 끌만한 내용의 글을 많이 올린다는 겁니다.
참 철없는 장난인데 그 댓가는 컸습니다.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갔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SBS 8뉴스에서 보도된 이 뉴스에 달린 댓글 중에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한 시청자는 "며칠 전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구급차 비켜주다 과태료 낸 사연' 이야기가 나왔고, 친구들끼리 절대 구급차에 무리하게 길 비켜주지 말자는 얘기까지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많으셨을겁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 글이 거짓이란 사실을 모르는 분들은 어쩌면 훗날 길에서 다급한 구급차를 만나도 기꺼이 비켜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한번 퍼진 잘못 된 정보는 다시 주워담기가 그만큼 어려우니까요.
● 그렇다면 '진실'
- 구급차 비켜주다 교통법규 위반하면? "무조건 면제!"
그렇다면 구급차 길 비켜주려다 교통법규 위반하면 어떻게 될까요? 진실은 이렇습니다. 이 글을 작성한 글쓴이를 밤을 꼴딱 새며 찾아낸 경찰청 교통안전계의 조영호 경감은 단도직입적으로 '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차량 비켜주다 과태료를 물게 될 경우 무조건 면제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자신의 차에 블랙박스가 없다, 그래도 상관 없습니다. 어짜피 단속카메라 영상은 5년간 보관이 되고, 이 5년 안에만 이의신청을 하면 무조건 면제가 된다는 겁니다. 그럼 단속카메라가 아닌 교통단속경찰한테 단속이 됐다면 어떨까요? 조 경감은 딱 잘라 말합니다. 구급차 비켜주는 차를 단속할 '정신나간 경찰'은 없다고요. 그러니까, 단속카메라에 찍혔다면100% 구제가 되고, 교통경찰한테는 아예 잡힐 일이 없단 겁니다.
- 무조건 우측으로만 비켜야 할 까? "아닙니다!"
그런데 또 하나 의문이 듭니다. 도로교통법 상 '긴급차량이 올 경우 우측으로 피하라'는 규정은 어떻게 된 걸까요? 분명 법률구조공단은 이 규정을 이유로 들어 신호위반을 했으면 과태료를 피할수 없다고 답을 했습니다. 정말 왼쪽으로 피하면 교통법규 위반일까요? 답은 '아닙니다' 입니다. 왼쪽으로 피하든, 오른쪽으로 피하든, 정지선을 넘어서 피하든, 후진으로 피하든, 구급차 길 터주기위해서라면 다 면제가 됩니다. 다만, 차들이 구급차 올 때 서로 엉켜버리면 오히려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우측'이라는 기준을 뒀을 뿐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142조에서는 '응급환자의 수송 또는 치료를 위한 경우', '화재·수해·재해 등의 구난작업을 위한 경우'에는 과태료처분을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제 궁금증은 풀렸습니다. 아직까지도 인터넷상엔 글쓴이가 처음 올린 잘못된 글이 퍼지고 있지만, 어찌됐든 진실은 밝혀졌고, 잘못된 정보가 바로잡히기만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