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현의 창(窓)과 창(槍)]박태환 약물파동…무지와 탐욕이 빚어낸 재앙 : 네이트 스포츠
박태환 파문은 한국 스포츠계의 일그러진 자화상 뿐만 아니라 국내 의료계의 탐욕스런 민낯을 보여준 사례라 더욱 씁쓸하다. 도핑이 스포츠 세계 뿐만 아니라 의료계에도 침투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박태환이 맞은 주사제 네비도에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규정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이 함유돼 있다. 그가 주사를 맞은 병원은 돈 많은 극소수 상류층(VVIP)을 상대로 한 재활 및 안티에이징(노화방지) 클리닉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갱년기 장애 치료제인 네비도를 특정 질환의 치료가 아니라 컨디션 회복과 기분 전환 등을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그건 명백한 ‘의료 도핑’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테스토론이 함유된 이 주사를 맞으면 일순간 기운이 생겨 마치 몸이 좋아졌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의사가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몸이 좋아질 것”이라고 놓아주는 주사 한 방을 ‘신비의 명약’쯤으로 여기며 쏠쏠치 않은 돈을 지불했을 법한 환자들은 박태환의 이번 약물파동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됐을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박태환은 무지했다. 병원은 의료마케팅을 위해 스타플레이어인 박태환을 끌어들였다. 의사 또한 네비도에 WADA에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금지약물이 포함돼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결국 무지와 탐욕이 빚어낸 재앙이다.
정직(honest)과 공정성(fair)은 스포츠를 지탱하고 있는 두 가지의 가치다. 박태환의 약물파동으로 한국 사회의 숨겨진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럽기 그지없다. 무지를 걷어낸 그 자리에 정직이라는 씨앗을 뿌리고,탐욕이 똬리를 틀었던 그 자리에 공정성이라는 나무를 심어보자. 그렇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고진현기자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