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 미국 심기 건드릴까… 中 주도 AIIB 가입 속앓이 : 네이버 뉴스
[기획] 한국, 미국 심기 건드릴까… 中 주도 AIIB 가입 속앓이
기사입력 2015-03-16 02:32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가입 여부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리를 따지자면 가입을 하는 것이 맞지만 AIIB에 반대하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15일 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AIIB에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할지 결론을 내고 중국 측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아직 내부 방침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 가입 여부를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AIIB는 2020년까지 연간 8000억 달러(약 9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지역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투자하는 은행이다. ‘건설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중국은 이달 말까지 한국이 AIIB의 설립 취지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올 연말까지 설립협정문을 함께 만들자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AIIB는 미국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을 통해 주도하는 세계 금융질서에 중국이 도전장을 내민 격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AIIB에 중국 지분이 지나치게 높고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AIIB 가입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뉴질랜드 등 27개국이 이미 가입을 선언했고 특히 지난 12일 주요 7개국(7G) 중 하나인 영국마저 가입 의사를 밝혔다.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고 경제적 실리를 택한 것이다. 영국이 AIIB 참여를 결정하자 그동안 참여를 거부해 온 호주도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한국도 국내 건설업계의 아시아 지역 본격 진출과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 상승 등 AIIB 가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견제 움직임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에 벌어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습격사건으로 외교적 수세에 몰린 우리로서는 선뜻 AIIB 가입을 선택하기가 껄끄러운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미국이 손짓해 참여를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 주도의 AIIB를 놓고 우리 정부가 줄타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IB에 참여하되 TPP 체결 시 미국의 요구사항을 우리가 일정 정도 양보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라며 “3월 말까지 관계부처 의견과 주변국 동향 등을 살펴보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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