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이 역풍으로…`선거 여왕` 박근혜도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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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이 역풍으로…`선거 여왕` 박근혜도 `곤혹`
결국 북풍(北風)이 역풍을 맞았다.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예상을 깨고 사실상 패배한 가운데 정몽준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고배를 마셨다.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두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안방마저 내주면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현 정권 중간평가, 2012년 총선.대선 전초전, 전.현 정권간 대결 등 복합적 성격을 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결국 민심의 소재가 정권 견제론에 바탕을 둔 `반여(反與)` 내지 `비여(非與)`로 기울었음을 웅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의 여왕`박근혜 전 대표가 달성군수 지원에 올인,당의 선거를 철저하게 외면한 점도 한나라당 침몰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박근혜의 힘을 과시했다는 `박근혜 이득론`과 박근혜가 세종시 이후 당내 권력에서 완전히 밀리게 됐다는 `박근혜 침몰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이해득실을 논하는 모습이다.

당내에서는 대체로 박근혜 전 대표가 `올인`한 본인 지역구의 달성군수 선거에서 한나라당 출마자가 무소속 후보에게 참패,박 전 대표가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침묵한 `선거의 여왕` 박근혜 "국민판단 존중"

박근혜 전 대표는 3일 6.2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지역구(대구 달성)에 출마한 한나라당 군수후보가 패배한 것과 관련, "(후보에 대해) 당원들이 결정한 것도 존중하고, (군수에 대해) 달성군민들이 판단한 것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선거결과를 접한 뒤 이 같이 말했다고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이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선거는 당 지도부 위주로 치르는 게 맞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당의 지원요청에 일체 응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달 20일 달성군으로 내려와 약 2주간 이석원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에 진력했다.

이에 힘입어 한때 20% 포인트까지 뒤졌던 이 후보가 막판 무소속 김문오 후보에 역전했다는 관측까지 나왔었지만 결국 2000여표 차이로 패배했다.

박 전 대표의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평가되는 경남·강원·충북 등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면서 당내에선"박 전 대표가 당의 어려움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당 일각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위상 약화로 연결 지으려는 시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립 성향인 권영세 서울시당 위원장은 "당 주류 측이나 선거에서 아깝게 떨어진 이들은 박 전 대표를 원망하고 비판할 것”이라며 "하지만 `박 전 대표 아니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여론이 일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강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은 "세종시 문제 등 박 전 대표가 나서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 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차기 대선구도도 `흔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의 지역구인 동작구에서 구청장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재순 후보 역시 39.10%를 득표해 54.27%를 득표한 민주당 문충실 후보에게 패배했다. 여성 장군 2호 출신인 이 후보는 정 대표가 직접 발굴해 전략 공천한 후보다.

정 대표는 선거 초반 이 후보의 인지도가 낮아 민주당 후보에게 밀린다는 판단에 따라 수차례에 걸쳐 동작구를 방문하는 등 이 후보 지원에 특별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이같은 집중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적지 않은 표 차이로 고배를 마시면서 정 대표는 대선주자로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한나라당의 참패는 집권 초기 정국을 마비시켰던 광우병 `촛불사태`에 이어 4대강 사업과 세종시 수정안의 무리한 추진이 민심 이반을 초래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론적으로 북풍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정몽준 대표와 정병국 사무총장 등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정몽준 대표와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한나라당은 전면쇄신 및 조기 전대 논란 속으로 급격히 빨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당내 역학구도도 일대 변화를 맞게될 전망이다.

여기에다 책임론을 고리로 한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간 해묵은 갈등이 재연될 공산이 커 당이 자칫 심각한 분열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자신감 되찾은 민주당...구심점은 누가?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지역구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됐다.

전북 무주군에서는 민주당 홍낙표 후보가 38.77%를 득표해 무소속 황정수 후보를 약 4% 포인트 차이로 제쳤고 임실군에서는 56.08%를 득표한 민주당 강완묵 후보가 승리했다.

또 전북 진안군에서는 민주당 송영선 후보가 45.55%를 득표해 당선을 확정지었고 장수군에서는 민주당 장재영 후보가 54.63%를 득표해 당선됐다.

민주당은 야권 연대를 포함해 텃밭인 호남 3곳에다 수도권에서도 승리하는 쾌거를 거뒀다. 특히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과 강원에서도 첫 승리를 거뒀다.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의 경우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지방선거때 서울 구청장을 싹쓸이했던 한나라당은 강남 3구를 제외하곤 사실상 이번엔 완패했다.

◇손학규, 경기지사 패배 책임론 속에..중부권까지 힘 미치나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으로 6·2 지방선거를 치른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해 `선전`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물론 경기지사를 지난 손 전 대표가 유시민 후보를 지속적인 지원했음에도 패배하자 당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야권 단일화를 손 전 대표가 성사시키지 않고 김진표 의원으로 경기지사 선거에 임했다면 승리할 수 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손 전 대표로 인해 민주당이 "실(失) 보다 득(得) 이 많았다"는 의견이다.

손 대표가 중재로 나선 경기지사 야권 단일화는 전국적으로 야권 세력을 결집시켰다는 분석이다. 진통 끝에 지난달 13일 두 후보가 극적으로 단일화가 이뤄진 직후 서울, 경기 등 전국 기초단체장의 단일화가 가속화됐다. 지난달 26일에는 강원에서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인과 엄재철 민주노동당 후보가 단일화를 이뤘다. 선거 막판에는 심상정 진보신당 경기지사 후보가 완주를 포기하고 유 후보를 지지했다.

또한 손 대표는 강원의 이광재 후보와 충북의 이시종 후보를 집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불리했던 선거 초반의 여론을 역전시켰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수도권뿐만 아니라 강원, 충북 지역 등 중부권까지 손 전 대표의 힘이 통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보수 색체가 강했던 강원은 손 전 대표의 춘천 칩거 이래 민주당으로 민심을 돌려놓는 기반을 닦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광재(강원)를 비롯한 이시종(충북), 송영길(인천) 당선인도 손

전 대표가 적극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손 전 대표가 8월로 잡혀있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정치 일선으로 복귀할 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아직까지 계획된 것은 없지만 주위에서 출마를 요청해 고심 중"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상민 기자 / 이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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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3 13:59:57 입력, 최종수정 2010.06.03 14: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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