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윈도XP 지원 끊고 실속 챙겨…한국은 윈도대체 OS 개발 추진
기사입력 2014-04-14 15:55
윈도XP 로그인 화면. 마이크로소프트는 4월 8일부터 PC용 운영체제(OS)‘ 윈도XP’에 대한 모든 지원을 종료했다. /블룸버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PC용 운영체제(OS) ‘윈도 XP(Windows XP)’의 기술 지원을 지난 8일 공식 종료한 가운데, 이를 통해 막대한 돈을 쓸어담고 있다.
MS는 기술지원을 공식적으로 종료했지만 돈을 내면 기술 지원을 연장해주고 있다. 공짜 기술지원은 끊었지만, 유료지원을 계속하는 것. 보안과 관련한 기술지원이 끊기면 윈도 XP를 쓰는 PC가 해커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XP에서 다른 OS로 교체하지 못한 국가들과 기관들은 보안위협이 높아지면서 궁여지책으로 유료 지원을 신청하고 있다.
13일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엔가젯에 따르면, 미국 국세청(IRS)은 윈도XP 기술 연장을 위해 ‘수백만달러’를 내기로 했다. IRS는 올해 말까지 모든 PC의 OS를 상위 버전인 윈도7으로 교체하기로 했지만, 시간표를 지키는 데 실패했다. 이에 XP를 사용하는 PC들의 보안 위협 때문에 MS에 큰돈을 내면서까지 연장을 신청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550만달러를 내고 기술 지원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 계약을 통해 영국 중앙, 지방 정부를 비롯해 학교, 국립보건소 등은 내년 7월까지 기술 지원을 받게 된다. 네덜란드 정부도 ‘수백만유로’를 내기로 했다. 네덜란드 공공기관 PC 3만4000대~4만대의 기술 지원을 연장하기 위해서다.
비상이 걸린 것은 정부나 공공기관 뿐이 아니다. 전 세계 현금인출기(ATM) 95%는 XP를 OS로 쓰고 있다. 금융권은 사이버 공격의 가장 큰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술 연장에 나서고 있다. JP모건과 시티은행, 웰스 파고 등 대형은행들은 MS와 지원 연장 계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MS는 세계에서 윈도XP 사용률이 가장 높은 중국에 특혜까지 주면서 지원을 연장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S는 그간 중국에만 지원 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해명해왔다. MS는 지난 2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나 웨이보의 자사 공식 계정을 통해 지원을 연장하겠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중국 인터넷 보안회사들과 손잡는다고 했다. 협력하기로 한 회사는 중국 텐센트와 레노버다.
한국 정부는 유료 기술 지원을 받지 않고 버티고 있다. 대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전용 백신을 제작·보급하고 있다. 한국MS는 이에 공공기관이 윈도 XP를 대체할 상위 버전의 OS를 바로 납품받고 실제 지불은 연말 또는 내년 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는 ‘지불유예’ 프로그램까지 내놓았다.
우리 정부는 ‘윈도’를 대체할 ‘한국형 OS’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XP의 상위 버전인 윈도7과 8으로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도 같은 문제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MS에 종속된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을 탈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오픈소스(설계도를 무료로 공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빠른 시일 내로 OS를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한동희 기자 dwis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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