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게 ‘돈’… 출연료 서열로 본 ‘개그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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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4-06-09 11:48 | 최종수정 2014-06-09 12:03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여파로 결방되던 KBS 2TV 예능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방송이 6주 만에 재개됐다. 하지만 개그맨들에게는 이제 보릿고개가 시작된다.
방송 노출 기준으로 익월에 출연료가 지급되는데 지난 5월 일하지 못해 이번 달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개그콘서트’ 외에는 출연 프로그램이 전무한 신인들에게 이번 달은 ‘추운 여름’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숨어 있다. MBC와 SBS가 신인 공채 개그맨들에게 일정기간 100만∼200만 원의 월급을 주는 것과 달리 KBS는 철저하게 실적을 기준으로 출연료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출연료는 6∼18등급에 맞춰 차등 지급 = KBS는 등급에 따라 출연료를 차등 지급한다. 신입 공채 개그맨의 경우 6등급에서 시작된다. 회당 출연 금액은 49만9000원. 하지만 ‘개그콘서트’가 두 시간 가까이 편성되기 때문에 방송 시간에 따른 가산 금액이 더해져 실질적인 회당 출연료는 68만 원까지 올라간다. 1년을 52주로 환산해 계산하면 산술적으로 연봉이 3536만 원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웬만한 직장인보다 낫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게다가 등급이 오르면서 회당 출연료도 상승한다. 현재 ‘개그콘서트’ 내 최고 등급자는 박성호, 김대희, 김준호 등이다. 한 등급이 상승할 때마다 통상 10만 원이 올라가기 때문에 최고 등급에 오르면 회당 200만 원에 육박하는 출연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연차가 쌓인다고 등급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연차가 높아져도 이렇다 할 실적이 없으면 같은 등급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연말 시상식에서 수상자 혹은 수상 후보에 오르거나 우수한 활약을 보이면 등급 상승 요인이 된다. 매년 등급 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개그맨은 보다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에 몰두한다.
◆녹화해도 본방송 채택 안 되면 60%만 지급 = 한 회 방송에서 소개되는 코너는 15개 내외. 매주 20개 내외 코너의 녹화가 진행되지만 대여섯 개 코너는 현장에 간 방청객만 볼 수 있다. 녹화를 마쳐도 본방송에 채택되지 못하면 출연료의 60%밖에 받을 수 없다. 신규 코너의 경우는 녹화를 했어도 본방송에 포함되지 않으면 출연료가 아예 없다. ‘개그콘서트’에 출연 중인 한 개그맨은 “매주 수요일 녹화가 끝난 후 목요일부터 곧바로 기획 회의에 돌입한다. 생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개그콘서트’를 위해 몰두한다”며 “본방송에 포함되지 않으면 생활비조차 벌 수 없기 때문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코너 편수 관계없이 1회분 지급 =‘개그콘서트’ 사전에 출연료 ‘중복 지급’이란 단어는 없다. 1개의 코너에 출연하나 3개 이상의 코너에 출연하나 개런티는 같다. 지난 1일 방송된 ‘개그콘서트’에서 김지민은 ‘쉰 밀회’와 ‘사건의 전말’ ‘어른들을 위한 동화’ 등에 얼굴을 비쳤고 김준현, 송필근, 이상훈 등도 2∼4개 코너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들 모두 1회 분량의 출연료만 받는다. 출연 분량과 출연료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잦은 노출로 인기가 상승하면 다른 프로그램과 행사 섭외 등이 쇄도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많이 일하는 것이 결코 손해는 아니다. 물론 인기가 많아 출연 빈도가 높은 개그맨들은 다소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이는 선배들이 후배를 챙기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김대희, 김준호를 비롯해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 30여 명이 속한 코코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선배들이 출연하는 인기 코너에 신인을 비롯해 개별 코너가 없는 후배들을 출연시킨다. 각 코너마다 메인 캐릭터 외에 메인을 받쳐주는 캐릭터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신인 시절 선배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한 개그맨들이 선배가 된 후 또다시 후배들을 챙기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