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형 우주로켓 '앙가라' 시험발사 성공(종합)
기사입력 2014-07-0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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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700km 날아 목표 지점 낙하"…'우주대국' 부할 신호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9일(현지시간) 20년에 걸쳐 개발한 신형 우주 로켓 '앙가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공중우주방어군이 이날 오후 4시(모스크바 시간)께 서북부 아르한겔스크주의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신형 로켓 '앙가라-1.2PP'를 시험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앙가라 시험 발사 성공은 소련 시절 '우주대국' 러시아의 우주산업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두번째 발사 시도에서 성공 = 우주기지 관계자는 "로켓 발사 뒤 22분 만에 모형 탑재체가 발사 지점으로부터 5천700km 떨어진 (극동) 캄차카 반도 쿠라 훈련장의 정해진 지점에 정확히 떨어졌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로켓 발사 성공 사실을 확인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로켓 발사 성공을 보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앙가라 로켓은 당초 지난달 27일 쏘아 올려질 예정이었으나 발사 79초를 앞두고 자동발사취소 장치가 작동되면서 연기됐다.
하루 미뤄졌던 발사는 그 이튿날에도 이뤄지지 못했다. 당국은 결국 로켓을 발사대에서 내려 정밀 점검을 한 뒤 이날 재차 발사를 시도했다. 첫날 발사 실패 원인은 연료 공급 계통 문제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국내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자체 제작 로켓 앙가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소련 붕괴와 함께 제한됐던 로켓·위성 발사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지 군사 전문가는 "지금까진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에서 임대해 사용하는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만 중량급 군사위성을 발사할 수 있어 신속한 군사우주활동에 제약이 있었지만 앙가라 개발 성공으로 플레세츠크 기지에서도 중량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건설 중인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도 역시 앙가라 로켓을 이용해 중량급 위성을 발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 조기경보 위성 및 첩보 위성 등을 자체적으로 쏘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 20년 동안 개발…약 5조원 투자 = 앙가라 로켓은 현재 운용 중인 '프로톤' 로켓 대체용으로 지난 1994년부터 흐루니체프 우주센터에서 개발해 왔다.
앙가라 개발에는 1천600억 루블(약 5조원) 이상이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는 우주발사체 1단에 앙가라 로켓 모듈을 1개에서 5개까지 합쳐 붙이는 방식으로 경량급(모듈 1개), 중간급(모듈 3개), 중량급(모듈 5개) 발사체를 제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앙가라는 3.8t~35t까지의 다양한 무게 탑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번에 선보인 앙가라-1.2PP는 경량급이며, 중량급인 앙가라-A5는 올해 말 시험발사를 앞두고 있다. 앙가라 로켓을 이용한 유인우주선 발사는 현재 건설 중인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2018년 이루어질 예정이다.
앙가라 로켓 초기 모델은 지난해 1월 성공적으로 발사된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1단 로켓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앙가라는 액체 산소와 등유를 연료로 사용해 유독성 화학물질인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을 이용하는 다른 로켓에 비해 환경오염 위험을 크게 줄였다.
◇ '우주 대국' 부활 신호탄 = 앙가라 로켓은 옛 소련 시절 항공우주산업을 선도했던 '우주 대국' 러시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주목받고 있다.
앙가라 로켓 개발은 또 소련 붕괴 이후 옛 소련 국가들로 분산된 우주 로켓 산업을 러시아로 집중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와 유즈노예 로켓 제작사 등이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에 각각 귀속되는 등 유기적으로 연결됐던 소련 시절의 우주산업체 망이 와해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앙가라 개발·제작부터 발사까지를 모두 국내에서 추진했다.
러시아의 항공우주 산업은 그동안 두뇌 유출과 예산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러시아는 최근 몇 년 동안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임대 사용해오면서 우주 로켓 발사 때마다 폭발 사고, 위성 본궤도 진입 무산 등 잇따른 실패를 경험해 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 우주산업의 낙후를 질타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러시아 우주당국과 업계는 앙가라의 성공적 발사를 통해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길 기대하고 있다.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