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석의 this is it] 이병헌, 잘못 보낸 손편지 : 네이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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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얼마 전 자필로 쓴 편지는 근래 본 가장 구차한 글이었다. 스물네 살 어린 여자에게 “첫 경험은 언제냐” 같은 말을 한 것은 “덕이 부족한 경솔함”이 되었고, 글 시작부터 “머리도 마음도 그 역할을 못 할 만큼 그저 숨만 쉬며 지내고” 있다며 자신이 괴롭다고 말한다. “계획적인 일이었건 협박을 당했건”이라는 말로 자신이 계획적인 협박에 당한 것이라는 뉘앙스도 빼놓지 않는다. 잘못은 애매한 단어로 슬쩍 넘어가고, 상대방의 잘못은 구체적으로 표현하며, 힘든 처지를 강조한다.
이병헌이 협박을 받았다는 말 앞에는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가 생략돼 있다. 성희롱이 아니라면, 이병헌과 문제의 발언을 들은 사람은 “남성의 어디를 보면 흥분이 되느냐” 같은 말을 주고받는 것이 거리낄 게 없는 관계여야 한다.

 

 

이병헌은 20년 이상 톱스타였다. 김현중은 여성 팬을 사로잡은 아이돌이자 한류스타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성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렀고, 수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경솔함”이라고, “딱 한 번”이라고 쉽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뭐가 됐든 그냥 안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말 한마디 잘못했는데, 한 대 쳤을 뿐인데라고 말하는 것은 문명의 세계에서 야만인이 되겠다는 것과 같다. 굳이 야만인에게 매력을 찾을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를테면, 이병헌이 손편지를 쓴 것은 그가 그 시대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기 때문 아닌지 의심하게 될 만큼 말이다.

[강명석의 this is it] 이병헌, 잘못 보낸 손편지 : 네이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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