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채권단은 매각 가격이 청산 가치보다 높으면 언제든 매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항간에는 팬택 청산 가치가 '1895억원'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3월 워크아웃 신청했을 때 청산 가치가 1895억원이었다. 옛날 숫자다. 지금은 이보다 더 떨어졌다. 정확히 공개되고 있진 않지만, 대략 팬택 청산 가치는 1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즉 1000억~1500억원 정도면 팬택을 인수할 수 있다.
두 번째 시나리오인 '분리매각'에 대해선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특히 연구, 마케팅, 생산 등 모든 조직을 조각해 매각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팬택 노조 측에서 강하게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효용성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 다만 특정 부분을 제외하고 인수를 하고 싶다는 투자자가 있을 경우, 검토해볼 만하다. 예를 들어 인수 후보 기업이 이미 공장을 갖고 있다면 공장을 제외한 매각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청산은 채권자와 팬택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수합병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사이에서 팬택은 가장 관심 없는 매물이다. 자산은 4000억원대인 데 반해 부채가 1조원이 넘어 부담이다. 향후 사업성도 불투명하다. 매각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팬택 스마트폰은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 여전히 수요가 있다. 해외 네트워크망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핵심 인력이 남아 있어 영업에 필요한 기본 여건은 유지하고 있다. 기술력도 괜찮은 편이다. 팬택은 현재 등록특허 4965건 등 총 1만4573건의 출원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각종 구조조정에도 불구, 연구개발(R & D) 인력은 전체의 50~60%를 차지한다.
만약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팬택은 경매로 넘어간다. 경매가 시작되면 팬택의 여러 무형 자산들은 외국계 투자자에게 헐값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팬택은 상징성이 큰 기업으로 기술력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정부가 금융 지원과 같이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 다른 기업과 연결시켜 주는 등 매개체가 돼야 한다. 국내 제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팬택은 살릴 필요가 있다."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내놓는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