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류현진은 만족을 모른다. ‘우승후보’ 다저스의 주축 투수가 됐음에도 아직 배가 고프다. 류현진은 지난해 귀국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점수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70점’이라고 답했다. 100점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바로 200이닝이다. 승수보다는 평균자책점, 그리고 선발투수로서의 이닝소화를 강조하는 류현진의 철학과 맞닿아있다.
200이닝은 상징하는 바가 크다. 말 그대로 리그 정상급 투수로 확고히 인정을 받겠다는 출사표와 다름 아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MLB 전체에서 200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34명뿐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한 팀에 한 명 정도다. 에이스의 기준이며 팀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지 못한다면 얻을 수 없는 훈장이다. 지난해 부상 전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류현진으로서는 또 하나의 의심을 지워버릴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하다.개인적 ‘대박’과도 떼놓을 수 없는 수치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계약 당시 첫 5년 동안 75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옵트아웃(잔여연봉을 포기하고 FA자격을 획득)을 선언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그리고 첫 2년 동안 344이닝을 던졌다. 3년차에서 건강하게 200이닝을 던진다면 큰 부상이 없는 이상 이 조항의 행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1년 먼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2017년 시즌을 마치면 류현진은 만 30세가 된다. MLB에서도 만 30세에 FA 자격을 얻는 선수는 그리 흔하지 않다.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둘 수 있는 꾸준한 만 30세의 선발투수가 시장에서 평가받을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류현진이 자신이 첫머리에 꼽은 목표를 올해 잘 이뤄낼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대박을 향한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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