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일본인 관광객 사라진 명동…'요우커'만 쳐다본다 : 네이버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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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로 일본인 관광객 사라진 명동…‘요우커’만 쳐다본다

기사입력 2015-01-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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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작년에 이어 연초 다시금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리자웨 씨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푼 뒤 곧바로 명동으로 향했다. 점심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즐겨 먹는 닭갈비 볶음밥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식사를 마친 뒤 리자웨 씨가 향한 곳은 저가 화장품 브랜드숍. 매장마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있어 원하는 제품을 불편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인근 백화점 면세점까지 둘러보자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됐다. 리자웨 씨는 한국에 오기 전 검색해둔 치킨 집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해보곤 발길을 옮겼다. SBS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천송이처럼 한국의 ‘치맥’(치킨과 맥주)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610만명. 12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올해는 이보다 28% 증가한 794만명의 요우커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식을 줄 모르는 한류의 인기와 쇼핑 등 즐길거리 덕분이다. 반면 2012년 350만명을 넘어섰던 일본인 관광객 수는 엔화 약세와 한일 외교 갈등 등으로 올해는 2003년 이후 12년 만에 180만명대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11일 오후 명동 거리는 양 손에 쇼핑백을 든 요우커들로 가득했다. 주로 구입한 것은 저가 화장품이었다. 여성 관광객 비율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요우커들의 소비는 화장품에 집중된다. 
12일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이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로 붐비고 있다.
한국에서 구입하는 제품 가운데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59%를 넘을 정도다.
중국인 관광객 웨이진핑(20ㆍ여) 씨는 “물론 중국에도 한국의 저가 브랜드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지만, 혹시나 가짜를 파는 게 아닐까 걱정돼 한국에서 대량으로 구매해간다”고 말했다. 화장품 외에도 의류, 가전제품, 휴대전화 등도 즐겨 찾는 품목이다.
하나를 구입해도 이것 저것 따져가며 신중하게 고르는 일본인들과 달리 요우커들은 일단 매장에 들어서면 ‘쓸어간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적게는 몇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어치를 구매한다.
요우커들이 많이 찾는다는 유명 모바일 기기 매장의 직원은 “소소하게 사가는 사람보다는 확실히 대량 구매자가 많다”면서 “요우커를 잡기 위해 직원의 3분의 1을 중국어 능통자로 채용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다보니 명동에선 일본인보다 요우커를 대상으로 한 호객행위가 더 빈번하다.
요우커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장식 등으로 매장 진열대를 꾸민 곳도 있다. 
12일 명동 입구에 ‘관광안심특구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명동의 한 대형 의류매장은 1층 쇼윈도우를 테디베어로 채웠다. 이 매장 직원 유모(27ㆍ여) 씨는 “중국인들이 고급 테디베어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쇼윈도우 장식을 바꿨다”면서 “그렇게 바꾼 뒤론 중국인 손님들이 훨씬 늘었다”고 설명했다.
성형 수술 후 부기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백화점을 찾거나 명동 거리를 걸어다니는 여성들의 모습도 중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볼 수 있게 된 진풍경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한국에서 진료를 받은 전체 외국인 환자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26.5%로 가장 높다. 대부분은 성형 수술을 받았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다고 생각해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태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요우커의 증가에 대해 “우리 관광산업에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지나친 의존도는 낮춰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부연구위원은 “향후에도 요우커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 좋겠지만 일본의 경우처럼 요우커들이 돌연 발길을 끊을 수도 있다”면서 “동남아 관광객 유치 전략 등 제 3시장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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