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실체' 놓고 대법원-헌재 다른 판단 논란 불가피
기사입력 2015-01-22 15:52 | 최종수정 2015-01-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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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를 포함한 사법부 전체가 또다시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같은 사건을 두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에 차이가 있어서다.
대법원은 22일 이 전 의원 등 피고인 7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과 같이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실체를 두고 논란이 계속됐던 '지하 혁명조직(RO)'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존재가 엄격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지난 해 연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과 일부 상충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의 배경에는 RO의 실체를 인정하는 듯한 헌재의 판단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의 '내란선동 행위'를 '통합진보당의 행위'로 보기 위해서는 RO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모 지방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성급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결국 대법원의 몫인 만큼 헌재가 확정된 사실을 근거로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견법조인인 변호사 B씨(54) 역시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그는 "결론적으로 두 최고법원인 헌재와 대법원이 사실관계에 대해 다른 판단을 한 셈"이라면서 "헌재가 정치적으로 공격을 받을 빌미를 주고 말았다"고 아쉬워 했다.
그럼에도, 법조계는 "설령 대법원 확정판결 뒤에 헌재의 판단이 나왔더라도 결국 해산결정이 나왔을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비슷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실관계에 있어 일부 다른 점이 있기는 하지만 정당해산 심판과 내란음모 혐의에 대한 재판은 법률적 요건이나 판단근거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인호 교수(53)는 "반드시 RO의 실체나 내란음모 행위가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정당해산 결정이 내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야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당해산 결정이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내란음모가 무죄라고 해도 내란선동 행위가 존재했고 그 행위가 상당수 통진당원들에게 용인되고 받아들여졌으며, 적어도 정당조직의 외연을 띄고 있었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이와 관련해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49)는 "헌재와 대법원이 사실관계에 있어 다른 판단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사실관계 판단은 대법원의 권한"이라면서 "법리적 판단은 차지하고서라도 정치적 논란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