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 한 가운데 가수 조영남 노래비만 남아있다. 지난해 11월 27일, 원인 모를 화재로 노래비 앞에 있는 초가지붕 점포가 모두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 화재로 불타버린 화개장터 한 가운데 가수 조영남의 노래비만 떨렁 남아있다.
ⓒ 최오균
불타버린 점포들은 모두 초가지붕에 목재를 사용하여 지었지만, 조영남의 노래비는 튼튼한 대리석에 새겨 넣은 데다 묘하게도 화마가 노래비가 있는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갔다.
얼마 전 화개파출소장 조영남이 가수 조영남에게 CCTV 한 대를 설치해 줄 것을 부탁하자 가수 조영남이 선 듯 응해주었다고 한다. 파출소장 조영남은 가수 조영남이 기증한 CCTV를 그의 노래비 앞에 설치를 했다고 한다. 그 CCTV가 노래비를 굳건히 지켜 준 것일까?
가수 조영남은 화개장터 덕을 톡톡히 보기도 하고 또 억세게 운도 좋은 사람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화개장터를 당시 소설가였던 김한길(현 국회의원)이 써준 가사를 노래로 만들어 크게 히트하여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하고, 화재로 그 많은 점포들은 불에 타 없어 졌으나 그의 노래비는 화마를 피해 멀쩡하게 서 있으니 말이다.
화개장터 80개의 점포 중에 41개의 점포가 화마로 사라져 갔는데도 정작 조씨의 노래비는 한 줄 그을림도 없이 성성하게 장터 중심에 서 있다.
▲ 지난해 11월 화재로 점포 41개을 불태워 썰렁해진 화개장터
ⓒ 최오균
가수 조영남은 말한다.
"화개장터는 내게 정말 특별한 곳인데 큰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 하루빨리 원상복구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걸 다 하겠다. 조영남 하면 화개장터잖아요. 제 마음의 고향이나 다름없습니다. 항상 그곳에 마음의 빚 같은 게 있는데 어서 갚아야죠."(출처:조선닷컴 2014.12.2.자)
그리고 그는 그의 말처럼 화개장터 피해상인 돕기 자선콘서트를 지난 1월 10일 서울 강남 KT&G 상상아트 홀에서 성황리에 개최하여 그 수익금을 화개장터 복원성금에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화개장터에 우뚝 서 있는 그의 빛나는 노래비를 보면 단 한 번의 콘서트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영남의 유일한 히트곡인 '화개장터'는 1987년 배우 윤여정과 이혼하고 서울 옥수동 10평짜리 사글셋방에서 별 볼일 없이 시간 죽이며 살던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노래가 아닌가?
그는 1988년에 '한강'이란 음반을 발표하면서 '화개장터'란 가사가 하도 유치해서 뺄까말까 망설이다가 곡이 조금 모자란다고 해서 넣었는데, 그가 기대를 했던 다른 노래는 큰 반응이 없고 '화개장터'만 대박이 터졌다.
▲ 불에 타기 전 화개장터 모습
ⓒ 최오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