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각 구단 선수들의 공공의 적이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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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펑고. 2014.11. 제공 | 한화이글스 제공
[스포츠서울]“김성근 감독의 한화에는 절대로 지고 싶지 않다.”
프로야구 각 구단이 김성근 감독의 한화를 ‘공공의 적’으로 삼는 분위기다. 감독들의 얘기가 아니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김 감독이 이끄는 한화에는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4년연속 통합우승의 위업을 이룩한 ‘극강’ 삼성을 이기겠다고 얘기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최근 수년간 꼴찌에 머물렀던 한화를 공적으로 삼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않는다. 이유는 김 감독의 스파르타식 훈련 방식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A팀의 베테랑 선수는 “여기서 인터넷을 보니 한화의 훈련 이야기 소식만 있는 것 같다”며 “과거 SK가 그랬던 것처럼 한화도 김 감독 부임 후 지옥훈련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우리 훈련량도 만만치않다. 차이점이 있다면 감독님들이 최대한 우리의 자율성을 존중해주시고 우리도 감독님들이 배려해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라고 훈련 분위기의 차이점을 말했다.
또 다른 B팀의 간판 선수는 올시즌 전망을 묻는 질문에 “한화가 이전보다는 전력도 좋아졌고, 김성근 감독도 부임하셨으니 성적이 나아질테지만 한화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선수는 “과거 김 감독이 성과를 낸 부분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그 분의 방식이 모두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치 선수들 대부분이 운동을 하기 싫어해 성적도 안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그분이 아니라 우리 훈련 방식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한화에는 꼭 이겨야겠다”고 밝혔다.
D팀의 간판선수는 “우리팀과 한화가 훈련방식에서 대척점이 있는 것 같다”며 “훈련시간을 놓고 화제가 되는 게 이해가 되지않는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고 우리는 그것으로 효과를 봤다. 올해도 실전에서 보여주면 된다”고 소속팀의 훈련방식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과거 김성근 감독 밑에서 뛰기도 했던 C팀의 선수는 “그 분만의 방식이 있고 장점도 있다. 지옥훈련 방식으로 좋아진 선수도 있지만 아닌 선수도 있다”며 “어떤 훈련도 선수들 스스로 마음이 동해서 훈련해야 효과가 있다. 칠순이 넘으신 분이 직접 펑고를 치고 훈련을 시키면 분명 자극이 될 수는 있겠지만 훈련시간이 선수들의 실력향상과 정비례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SK훈련 방식이 유행한 적도 있는데 한화가 성공하면 또 이런 훈련이 유행하게 될 것 같다. 이를 막기 위해서도 우리가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넥센 LG NC 두산 롯데 등 프로야구 5개팀이 스프링캠프를 차렸는데 각 팀마다 차이는 있지만 선수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넥센은 ‘3일 훈련 후 휴식’으로 스프링캠프 일정을 진행하고 있고, 두산은 3일 훈련과 4일훈련 후 휴식일정을 병행하고 있다. 5개 팀은 오전 8시30분에서 9시경 훈련을 시작해 오후 3시경이면 대부분 훈련을 마친다. 팀에 따라서는 오후 1시경이면 공식 훈련을 마치고 별도로 지정된 선수들만이 특별훈련을 진행한다. 나머지 선수들은 쉬어도 좋지만 그렇다고 마냥 쉬는 선수들은 없다. 아무도 통제하지 않지만 스스로 알아서 배팅 훈련 등을 진행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체훈련시간이 짧은 것 같지만 야구장이 많아 동시에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에 개별 훈련시간을 살펴보면 결코 적지않다.
그렇다면 감독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부분의 감독들은 ‘그분만의 방식이다’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지난해 4강에 든 A팀의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에게는 정말 배울 점이 많다. 그 분의 장점은 배우고 또 다른 부분은 우리가 개발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후배로서 도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의 감독은 “김 감독님은 경험도 많으시고 우승을 여러번 하신 분이다. 그분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분의 훈련방식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위치가 못 된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훈련방식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각 팀의 상황에 따라 풀어나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훈련방식의 차이를 논하기 전에 소속팀의 전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에 온갖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프로야구 출범 후 처음 10구단 체제하에서 팀당 144경기 대장정을 치르게 된다. 감독들의 성향도 구단수만큼 다양해졌다. 치열한 순위경쟁만큼이나 각팀의 특성과 야구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으로 팬들의 야구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질 것 같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 | 이환범 선임기자 white@sportsseoul.com